일상/상념2019. 2. 13. 04:14



오래전 내가 꿈꾸던 작업실을 그림으로 그려본 일이 있었다.

물론 동기는 학교 과제였지.


커다란 창문에선 은하수가 가로지르는 우주가 보이고

그 창가 앞에서는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건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책상과

영사기를 이용해 큰 창가를 스크린을 삼아 영화를 볼 수 있는 그런 곳.







왜 저렇게 작업실을 그렸을까..하는 그 당시의 섬세한 기억은 없다.

저 그림을 그렸던 게 12년정도가 되었으니 오래되어서 그런가 지나서..


자그마한 책장에 앨범이란 글씨를 왜 썼는지... 

지구본으로 보이는 모양의 물체는 지구본인지... 지구본 디자인의 스탠드인지..

서류꽂이처럼 보이는 건 왜 그렇게 그렸는지...

책상과 피아노 등 이 모든 디자인을 왜 저렇게 그렸는지..







맨 처음에 적은 것처럼

우주가 보이는 창가에서 연주할 수 있는 악기와

영화를 볼 수 있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을 꿈꿨다는 건 큼지막한 기억은 있다.


지금의 내가 이 그림을 보면서 느끼는 건

디자인엔 어떤 철학적인 디테일한 의미가 없고

저런 작업실을 꿈꾸고 있었고

그것을 단순히 판타지를 형상화한 그림일 뿐이라고 점...

엉성하게 판타지를 형상화한 그림..


고고한 척했지만 실로 고고하지 않았던 그림과 나.



큼지막한 기억만 남아있다고는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러했을 것이라고 확신하며.. 

지금의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10여년이 흘렀다.



장족의 발전과 성공의 유무를 말하며

거창하게 얘기하고 싶지않다.

10여년 전의 나는 지금의 내 모습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마 그럴거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겠지?...

미래는 항상 밝고 잘 될꺼라는 낙관적인 생각만이 가득했을 뿐.

내 자신의 능력에 비해 지나친 과대평가를 하면서.







작업실을 꿈꿨던 아이가 10년 후의 내 작업공간을 바라본다면?...



드래스룸 구석,

1미터 조금 넘는 책상에 있는 듀얼모니터와 본체 한대.

저 본체도 2013년 초에 구입한 것이고

최근에 와서 부품 몇개 업그레이드 한 정도.


이 장면 자체를 비관하는 건 아니다.

이 컴퓨터와 좁디 좁은 공간을 보면 

오랫동안 내 자신이 정체되어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저 컴퓨터를 살 때만 하더라도

PC방을 전전하며 영상작업을 했던 열정이

지금보단 훨씬 좋았으니.







PC방 생활 -> 내 방에 본체 들어놓았던 그 일이

내 자신에겐 최신 업데이트 내역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만큼 오래되었지, 7년차.


7년 사이..

각오와 계획만 수차례 세워보다 무산되었고

내가 꿈꿨던 실체없는 어떤 무언가를 위한 의지도 많이 소실되었다.

실체가 명확하지 않았으니 그렇지 않을까.







제 3자가 본다면 

누군가는 내 삶은 그냥 순탄하고

평범하다 생각 할 수 있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꼭 인생이 다른사람에게 부각될 만큼 

특별한 존재가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특별하지 않아도 아무 문제없다라고 생각하며

그렇게 믿고 있다.


중요한 건

내가 나에게 어떤 물음을 던졌을 때

스스로에게 답을 명쾌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가능하면 덜 후회하고 미련갖지 않는 삶.





그런 내가 되고 싶고

일보 전진을 위해 노력해보겠다라는 마음을 굳게 가져본다.




1년 후의

5년 후의

10년 후의 내가 

지금의 나를 돌아봤을 때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밝은 미소를 옅게라도 띄울 수 있는 그런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라고 상상을 하며,










GOOD NIGHT






Posted by 보물이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