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승용배달 4년 차,
나는 1톤 탑차를 사면서 본격적으로 택배의 길로 들어섰다.
승용에 유상운송 특약을 넣고 손쉽게 할 수 있었던 자가용 배달에 비해
화물운송자격증... 개인사업자 등록.. 1톤 트럭..등
적지 않은 준비가 있었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오묘한 기분?
설렘 반, 두려움 반?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배송기간으로 딱 4개월,
우연스럽게 딱 4개월을 채우면서 일을 그만둬야겠다는 결정이 따랐다.
일단 쉬고 싶었던 게 컸고
좋은 구역 기다리는 걸 포기한 이유도 있다.
3개월 차 들어오면서 업무가 과중되었기도 하고
4개월 차 육체적으로 일이 엄청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도 없고
개인정비 시간도 없이 시간을 갈아 넣으면서까지
긍정적인 생각을 계속하려 했고 내 나름대로 정신도 육체도 한계까지 밀어 넣었다.
벌이도 되니깐 말이야.
당장 다음 달이면 내 노선 개편이 시작되는 달인데
잘 버티어 와 놓곤.. 누구 좋으라고 코 앞에서 그만둔다는 건 그만큼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육체적인 부분에선 올해까지는 버티어보자라고
탑차를 운전하기 시작한 첫날부터 쭈욱 변함은 없었는데
정신적인 데미지가 쌓이면서 이게 어느 순간 폭발했다.
한 대리점에서 쭉 눌러앉아
인근 캠프에서 정착하고 싶은 것이 일함에 있어서 근본적인 이유였는데
대리점 속해 일을 하고 일개 팀원으로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확신이 들었다.
팀원 한명이 건강문제로 자리를 비우게 되고
지역이 부분적으로 재편성이 들어가면서 새로운 사람도 유입되고 그러던 과정에서
대리점에 조금이나마 희망했던 기대가 없어졌다.
어떠한 사실들이 있었는지는 정확히 모른다.
논의 자체에 대해서도 투명하지 않다는 것도 문제라고 보면 문제였다.
4개월 간의 노력이 있었지만 그것이 아까워서 관두지 않으면
나중엔 반년, 1년이 넘는 기간 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을까..
백업은 가리지 않았고
누군가의 부탁이면 어지간하면 YES로 수용을 했고
이슈도 한 번도 만들지 않았고 그러기 위해 노력도 많이 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는 것도 싫었다.
비가 많이 오던 날, 브레이크 이상증세가 심했는데
14시간 넘게 기어가는 속도로 운행하며 새벽 3시가 넘게 배송을 한 적도 있고
몸살이 있을 땐 진통제를 먹으면서 업무를 완수했다.
열심히 해서 인정받고 싶었던 욕구가 컸고
내가 이렇게 하는 만큼 나중에 결실이 따를 거란 기대를 했는데
이런 것들이 내가 생각한 것이 아니었다.
3자가 볼 땐 갑작스러운 통보였지만 1-2주 동안 엄청 고민을 했다.
그걸 자처한 것도 내게 문제도 있다.
불합리한 점이 있으면 분명하게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던 점,
그로 인해 생기는 괜한 갈등과 마찰보단
차라리 내가 안고 감내하자라는 생각이 프로답지 못했다.
알아주겠지,, 알아주겠지 하는 안이한 믿음,
그 사람들이 나쁘고 좋다는 것 별개로
내가 상황을 그렇게 만든 원인도 있다...
근본이 뒤틀리면서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컸다.
일도 중요하지만
사람들 관계에서 어떻게 처세해야 하는지 내 행동이 미숙했고,
다른 사람을 배려한답시고 내 자신을 너무 소홀했다.
원점으로 되돌리기엔 멀리 왔고
솔직한 말로 자존심 상 그렇게 하긴 싫었다.
좋은 구역을 위해 버티는 걸 포기한 이상
더 이상 기존 대리점에서 머물 이유는 없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4개월 간 많은 것을 느꼈고 배웠다.
업무적으로 처세가 매우 약해 아쉬움도 많이 남았지만
음... 힘들게 버틴 나 자신이 대견하다 생각한다.
열심히 일했고 열심히 나를 불태웠다...
중단에 대해선 후회도 없고 이전 회사에 대해선 악감정도 없다.
내 나름 마무리도 깔끔하게 잘 끝냈다고 본다.
앞으로도 일은 열심히 할 것이다.
다만 내가 취약했던 점들은
잠시 쉬면서 어떻게 보강하며 대처해갈 지 곰곰이 생각하고
두 번 다시 이런 일을 똑같이 겪고 싶진 않다.
만에 하나ㅎ
이전 회사에서 연락이 오게 될 상황도 고려해보았다.
나 아니더라도 할 사람 많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그럴 일은 없지만
나야 뭐 땡큐~ 이전처럼 스스로를 갉아먹는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다.
일 그만두고 쉰 지 벌써 8일 차,
지금은 늦어도 한 달 내로 일을 다시 시작하자는 계획은 두고 있고
쉬는 동안 내가 많이 놓치고 있었던 부분을 채우고 싶다.